신 혼 시절, 갖고 있는 것보다 없는 것들이 더 많았던 시절이다. 너무 없었기 때문에 무엇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보다는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기던 때였다. 길을 가다가 어느 집에서 버리기 위해 내어놓은 책장이 쓸만해 보여, 한밤 중에 가져와 깨끗이 닦고 새로 페인트칠을 하여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쓸데없는 짐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년에 한 번도 안 입는 옷과 아직 미개봉 상태인 이런저런 도구들, 게다가 눈길 한번 안준지 오래된 월간지들이 쌓여 있다. 창간호부터 모아왔기에 엄청난 분량을 자랑한다. 그때만 해도 유익할 것 같아 정기구독을 했었는데 지금은 박스 안에 들어가 있다.

5년 째 박스 속에서 빛을 못 보는 책들이라면 버려도 될 법한데, 모으고 모았던 정성과 돈이 생각나 처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습성에 점점 성장하는 자녀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부부가 필요 없는 것들을 갖고 있듯이 자녀들도 필요없는 것들을 갖고 있다. 때로는 버리기 위해 이것저것을 모아보지만 별 소득이 없다. 실제로 버려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 번 더 의논하고 생각하다 결국 다시 챙겨놓는다. 하찮게 되어버린 물건조차 버리는 것이 어렵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커다란 집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버릴 수 있는 것들을 버리고 단순한(simple) 생활구조를 만들어보자.

지금까지 모으고 쌓는 습관에 익숙해 있었다면, 이제부터 버리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버리지 못한다는 것은 움켜쥐고 있고 싶은 것이 많고 미련이 많이 남아있다는 증거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가지려 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중년남자의 미래는 힘겹다. 앞으로는 더 많은 것을 갖기도 힘들거니와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50대 이후 중년의 삶은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편리한 것과 편안한 것들을 버려야 한다. 손쉽게 돈으로 대신했던 편리함을 포기하고 이제는 스스로 움직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편하고 힘든 것들이 오히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넓은 집과 큰 배기량의 승용차, 유지비가 많이 나가는 취미생활들을 버리자. 대신 유지비가 적게 들어가는 생활구조로 바꾸어보자. 넓고 큰 것에서 나의 권위를 찾기보다 좁고 작은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자. 비록 적은 규모의 삶이지만 그 속에서 이웃들에게 넉넉히 선행을 베풀고 있다면 가장 품격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내 마음을 묶고 있는 것들을 버리면 자유로워진다. 체면도 버리자. 한국사람들은 체면 때문에 안 해도 하는 일들을 많다. 나이 들수록 진솔해지면 체면으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 잘못된 습관들을 버리자.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습관, 사재기성 쇼핑 습관, 대용량 구매 습관 등 남을 수밖에 없는 소비문화도 버리자. 버릴 수 있는 것들은 다 버리고 최소한의 삶을 살아보자.

다 버리고 나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 좁은 주거공간은 생활비 절감을, 다소 불편한 대중교통 이용은 체력 강화를, 소유와 집착에 대한 내려놓음은 정신적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도시인들은 많은 것들을 누린다. 시골사람들이 보기에 적잖이 부러운 구석이 있다. 그러나 도시인들은 이 모든 것들을 호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소위 ‘개고생’을 하며 산다. 호사를 누리고 난 뒤에는 정신없이 그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일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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