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30일(일) 9:28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영화는 막을 내리고 대사를 남긴다. '불황'과 '위기'로 뒤덮였던 2008년 충무로에도 두고두고 새길만한 명대사가 있었다. 우연히 다시 듣게 된다면 2008년 극장 안에서의 추억을 떠올릴만한 한마디다.

"내게 없던 기억이 날 쫓아올 줄은 몰랐다" -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중에서

다 양한 인종과 민족이 뒤섞인 국적불명의 '만주 웨스턴'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내러티브는 두 가지 모티브로 구성됐다. '보물지도를 쫓는 추격전'과 '창희가 쫓는 손가락 귀신'이 그것이다. 특히 마지막까지 누구인지 궁금하게 했던 손가락 귀신이 태구(송강호)인 것으로 밝혀진 뒤 회한에 젖은 태구가 창이에게 던지는 이 한마디는 '살인의 추억'의 "밥은 먹고 다니냐"의 쓸쓸함과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진다.

"조규철, 병신. 제대로 죽지도 못할꺼면서. 미안한데, 나 포기 안할 거거든?" - 임순례 감독의 '우생순' 중에서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의 클라이막스는 제목 그대로 '생애 최고의 순간'과 반대로 '생애 최악의 순간'이 맞닿아 있는 지점에 있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순간을 눈 앞에 둔 미숙(문소리)은 남편의 자살 기도라는 최악의 순간과 맞닥뜨리지만 결승전에 돌아오면서 다시 최고의 순간으로 나아간다. 최고와 최악의 순간을 이어주는 이 전화 통화에 극장 안 관객들의 훌쩍임이 시작된다.

"당신 여기서 조심해. 조심하라구" -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중에서

' 밤과 낮'의 첫 장면, 파리 공항에서 주인공 성남(김영호)에게 담뱃불을 빌리던 거지는 갑자기 경고의 한마디를 내뱉는다. 마치 영웅신화에서 불길한 예언이 담긴 신탁을 받아든 주인공처럼 이 대사 하나는 영화 전체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무언가 불편한 꾸물꾸물함을 얹어놓는다. 특히 이 첫 장면이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면서 하나의 이야기 구조가 커다란 줄기를 이루며 완성되는 틀은 이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형태다.

"우리같은 진짜 깡패는 쓰레기 소리 듣고, 흉내도 못 내는 너희들은 주인공 소리 듣고" -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 중에서

저 예산에다, 심심한 제목이라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는 '영화 속 영화'라는 구조로 흥미를 돋운다. 특히 실제와 허구의 교차, 마치 거울처럼 닮은 배우와 깡패,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나 깡패의 삶이나 다를 바 없이 비루하다는 설정은 적나라한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극중 성격처럼 강패(소지섭)가 직접적으로 내뱉는 이 자조적 한마디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속시원하게 꺼내놓는다.

"나 자기 사랑하는데 자기 껀 아니다" - 정윤수 감독의 '아내가 결혼했다' 중에서

올 가을 가장 도발적인 소재로 주목받았던 정윤수 감독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주인공 인아 역을 맡은 손예진의 눈웃음과 함께 논란 보다는 사랑스런 로맨틱 코미디가 됐다. 환한 눈웃음으로 "나 자기 사랑하는데 자기 껀 아니다"로 시작해 "별을 따 달래, 달을 따 달래, 단지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 것뿐인데"로 이어지는 손예진의 착착 감기는 말투는 그녀에게 청룡 영화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겼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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